사무실에 들어서자 우선 인터넷으로 지도부터 띄웠다. 헤이룽장성, 지린성 등 둥베이삼성이다.

“한옥은 현대화 정도, 디테일 등에서 일본 목조건물보다 대륙적 기질과 맞닿아요. 베이징부터 헤이룽장성까지 현대화한 한옥벨트를 만들 수 있습니다.”

최근 중국 헤이룽장성 닝안시에 한옥촌을 조성하고 있는 조전환 이연한옥 대표(43)의 설명이다. 조 대표는 경주 한옥호텔 ‘라궁’, 백남준아트센터 등을 설계, 시공했다. 한결같이 전통적인 한옥을 창의적으로 재해석한 건물들이라 업계에서 그의 이름은 많이 알려졌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국내용’에 그친다는 평도 많았다. 그런 그가 중국 본토에 그것도 1000여채의 한옥촌을 조성하는 데 참여한다는 것이다. 어떤 사연이 있었을까.

“중국에서 문을 연 지 50년 이상 된 한글 신문사인 헤이룽장신문사에서 지난해 연락이 왔어요. 중국이 다양한 민족 문화를 장려하고 있는데 헤이룽장성 정부는 조선족촌을 테마로 잡았다는 거예요. 일종의 신도시를 조성하는 건데 이왕이면 집 형태가 한옥이 좋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나왔대요. 헤이룽장성 닝안시 밍싱이 주 대상 지역인데 이연한옥이 참여해줬으면 하더군요. 인터넷으로 수소문해봤더니 ‘보기 위한 한옥이 아니라 살기 위한 한옥’을 만든다는 제가 적임자라면서요. 그길로 협력업체인 간삼건축과 함께 지난해 8월에 바로 중국으로 날아갔지요. 조선족촌을 새롭게 조성하면 전통도 살고 외지인들도 관광하기 위해 들어올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봤어요.”

닝안시 부시장이 조선족인 김경진 씨였던 점도 행운이었다. 의사소통은 물론 한옥에 대한 정서도 통했다. 게다가 조 대표는 한옥 건축양식의 현대화뿐 아니라 이미 한옥 설계를 3D(3차원 입체) 방식으로 구현하는 프로그램인 HIM(Hanok Information Modeling)을 제작하고 건자재 표준화도 일궈놓은 상태다. 종전의 방식은 일반 도면에 설계를 하고 일단 설계도가 완성되면 자재를 구하고 또 그 자재를 한옥 양식에 맞게 재가공해야 했다. 조 대표는 설계부터 입체적으로 해서 설계와 시공 사이의 간극을 좁히고 건축자재를 표준화해서 조립만 하면 되게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그러다 보니 공사비, 시공기간을 동시에 줄이는 노하우를 갖게 됐다. 조 대표는 “문화재급 한옥은 통상 3.3㎡당 2500만원 정도 들지만 1500만원대로 낮췄으며 보다 대중화된 시스템으로 하면 800만원 선에서도 시공이 가능하다. 이런 시스템으로 현재 중국 외에도 전국에 10여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특히 그는 중국 내 다른 자치구에서도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베이징부터 동북지방까지 범위를 넓히면 규모의 경제가 가능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지금은 영세하지만 국내 한옥 관련 건자재 회사들 역시 특수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옥도 ‘한류’ 상품이 될 수 있다는 말이지요.”

[박수호 기자 suhoz@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