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미현 건축사의 건축기행(16) 한옥카페의 매력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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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②‘시은당’입구의 고즈넉한 풍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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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①‘마닐마닐’의 벽면녹화를 이용해 마당에 한아름의 자연을 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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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 현시대적 의미로 재정의 되기도
보전해 다음 세대로 넘겨야 할 의무 있어
전주(全州)에는 전통건축문화(傳統建築文化)를 바탕으로 도시경쟁력을 높이는 한옥(韓屋)들이 있다. 한옥이 주거공간(住居空間)을 넘어 상업시설로 독특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는 것이다. 각각 장소의 기억(記憶)을 담은 한옥이 동시대성을 담아 미래로 나아간다. 전통문화의 가치(價値)가 한옥카페를 통해 과거-현재-미래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
전주시내 한복판에서 디지털 세대(世代)들이 아날로그적 감성(感性)에 빠져들고 있다. ‘나무라듸오’는 흥겨운 축제(祝祭)로 상징되는 전주 영화의 거리를 막 지나 도심부 골목에 자리 잡았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처마선과 지붕으로 대표되는 전통건축의 독특한 조형미(造形美)가 잔잔하게 다가온다. 한때 주거용으로 쓰여 졌던 한옥의 분위기가 그대로 살아 있다. 구석구석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공간(空間)들은 새로운 용도에도 잘 적응하고 있다. 옛 구조(構造)를 살린 내부공간에서 그동안 소홀하게 취급되었던 휴먼스케일(human scale)이 살아난다. 사람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높이와 크기를 가진 공간은 아늑하고 포근한 감동(感動)으로 되살아나며, 전통의 멋은 한층 깊어진다. 나무라듸오 외에도 고집, 빈타이 등 다양한 느낌의 한옥카페들이 도심부 안에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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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③‘나무라듸오’카페 내부는 지붕 서까래가 노출되어 멋스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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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들을 뒤로하고 바라본 시가지의 모습은 전국 여느 도시나 마찬가지다. 개성(個性)없이 무미건조한 도시경관이 된 이유는 잘 보전된 건축문화자산이 너무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문화재적 가치가 있어야만 보전(保全)하고 거의 대부분 건물은 철거(撤去)해 버린다. 이 과정에서 지역의 특수성(特殊性)과 연속성(連續性)은 사라지고, 도시는 정체성(正體性)의 고민 없이 새로운 건물로 채워진다.
건물의 가치(價値)는 갖춰진 역사 속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다. 현시대적 의미가 가치로 재정의(再定議)될 수 있다. 우리는 지역의 전통 문화적 가치와 공간의 매력을 보전해 다음 세대로 넘겨야 할 의무를 가진다. 그런 점에서 전주라는 도시는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 도심에서 발걸음을 조금만 옮기면 ‘가장 한국적인 슬로시티’라 평가받는 전주 한옥마을이 있다. 거주 뿐 아니라 현대인의 생활방식(生活方式)과 도시 공간조직의 변화(變化)에 적응하고 있는 다양한 한옥들이 관광 문화 자산으로 활용되고 있다. 최근 슬로시티(Slow-city)로도 지정이 되며 한옥의 국제적 브랜드화를 이뤄내고 있다.
슬로시티로 지정된 전주한옥마을은 느리게, 천천히, 구석구석 골목길을 다녀야 한다. 가장 먼저 운동화 끈을 질끈 동여매고 걸을 준비부터 하자. 관광지도를 들고 몇 시간 돌아다니는 것으로는 참 멋을 알 수 없는 곳이 바로 이곳 한옥마을이다. 달팽이 걸음으로 골목길을 걷다보면 산책, 마닐마닐, 다호, 봄, 등 한옥의 정취(情趣)가 고스란히 담긴 다양한 한옥카페들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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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④소나무와 한옥이 어우러진‘산책’출입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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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개천을 따라 걷다 ‘산책’에 들어선다. 마당을 지나 출입문을 열면, 바로 맞은편에 요리사들의 맛있는 움직임을 볼 수 있도록 부엌을 개방했다. 넓지 않은 한옥이기에 주방을 개방했더니 전체적으로 공간이 답답하지 않다. 나무기둥과 노출된 서까래에서 자연이 담긴 따스함이 느껴진다. 한옥의 매력적인 요소 가운데 하나가 자연재료의 이용이다. 나무, 흙, 종이 등 자연재료가 용도에 맞춰 사용되며 강인한 생명력을 보이고 있다. 나무는 죽어있는 듯 보이지만 제재(製材)만 하면 어디서든 새롭게 쓰일 수 있다. 자연재료(自然材料)가 갖는 심리적 만족도가 높은 것 역시 한옥이 가지는 강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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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⑤‘나무라듸오’내부의 전통 창호로 투과되는 햇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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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실생활에 인접해야 한다. 이곳 전주에서는 주거(住居) 뿐 아니라 슈퍼마켓, 미용실, 식당, 소매점, 종교시설 등 다양한 삶의 용도를 한옥이 충실하게 담아내고 있다. 실생활의 이용에서 전통문화의 정체성(正體性)이 회복(回復)되고 있는 것이다. 전통문화도시(傳統建築文化) 전주(全州)에서 한옥의 신르네상스를 기대해본다. /강미현 건축사<건축사사무소 예감 대표>·사진=김우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