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더메이드 일환으로 매뉴팩처드 하우스(Manufactured House) 붐도 나타나고 있다. 매뉴팩처드 하우스란 공장에서 제작된 부자재를 현장에서 조립하는 모듈러 주택을 의미한다. 기본 골조와 바닥, 지붕, 전기 배선, 온돌, 현관문, 욕실 등 전체 공정 중 70~90%가량을 공장에서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고, 현장에서는 내외장 공사만 하는 방식으로 시공된다. 건축기간이 45일 정도로 일반 주택보다 짧고 비용이 적게 드는 장점이 있다. 재건축이나 재개발보다 시공기간이 짧아 시장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원래 건설업은 현장 시공 생산으로만 알려졌지만 쉽고 빠른 제조업과의 컨버전스가 진행되는 분위기다.
둘째, 주거 공간의 슬림·축소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방 수는 줄이고 공간은 다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1~2인 가구 급증과 출산율 급감으로 실속형 주거 공간 수요가 늘면서, 주거 공간을 줄여가는 추세다. 20~30평형대 아파트가 인기를 끌고 기둥식 구조의 가변형 벽체가 일반화되면서 공간 변경, 다기능 복합형 공간이 인기를 끌 수 있다.
공간을 내 맘대로 '오더메이드 아파트'가변형 벽체란 말 그대로 변신이 가능한 벽을 말한다. 일부 공간만 변경할 수 있었던 벽체를 넘어서서 입주자 취향에 맞게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도록 한 가변형 벽체도 등장할 수 있다. 침실 사이의 벽을 헐어 넓은 방을 사용할 수도 있고 거실과 침실 사이의 벽을 터서 거실을 넓게 쓸 수도 있다. 현관과 거실 사이 또는 주방 옆에 자리한 공간을 활용해 '알파 룸'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취향에 따라 공부방, 놀이방, 서재로 꾸미거나 수납 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으며 방의 개수부터 크기, 구조까지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된다.
셋째, 주택 소비의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소형 주택 수요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구매력 높은 골드족을 중심으로 럭셔리한 중형 평형 이상의 주택 선호가 두드러지고 있다. 비록 중대형 주택 집값이 많이 떨어졌지만 청담·평창·성북동 등 부촌 고급빌라 수요는 꾸준하다.
시간대별로 방 나눠 쓰는 타임셰어 시대지금까지 트렌드를 살펴보면 미래에 나타날 새로운 주거 트렌드도 예측해볼 수 있다.
첫째, 타임셰어 시대가 개막할 수 있다. 주거 공간을 시간 단위로 나눠서 공동 사용한다는 것으로, 전월세가 주 단위, 하루, 반나절 단위까지 세분화된다는 개념이다. 가벼운 일상 생활용품만 갖고 옮겨 다니며 여러 집을 이용할 수 있다. 1인 가구가 늘고 도심 소형 주거 공간이 활성화되면서 자녀 출가 후 빈 둥지(empty nest) 가구가 증가하고 인터넷,
스마트폰 등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신(新)캥거루족 등장이다. 경제적으로 독립했으나 주거 공간을 확보하지 못해 부모와 동거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직장을 갖고 경제적으로 독립한 자녀가 부모에게 주거 공간을 이용하는 비용을 지불하고, 주거 공간을 비교적 독립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셋째, 다국적 주거지가 늘어날 전망이다. 외국인 근로자, 한국 방문·체류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전 세계 다양한 민족, 국가의 주거 수요가 나타나고, 세계와 한국의 주거문화가 서로 교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서울 연희동 '
차이나타운', 동부이촌동 '리틀도쿄', 혜화동 '필리핀마을', 화성시 '베트남거리' 등 특화거리나 타운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 외국인 밀집 지역에는 외국인 대상 상권이 형성되면서 상가 매매 가격도 상승하고 있다. 덩달아 주택 임대사업자들도 짭짤한 임대수익을 올리고 있다. 앞으로 외국인 특화타운이 늘면 내국인들의 부동산 투자 수요도 몰릴 가능성이 높다.
넷째, 집이 케어센터로 진화할 전망이다. 집이 단순히 '쉬는 곳'에 머무르지 않고 '적극적으로 몸과 마음을 돌보는 곳(Physical & Mental Care Center)'으로 변할 수 있다. 외부 바이러스 침입을 막기 위해
산후조리원에 많이 설치된 현관 에어샤워 장치나 살균 옷장, 살균 신발장, 적외선 체온 감지기, 당뇨 체크 변기, 피부관리 부스, 산소캡슐 등이 주거 공간에 일반화될 전망이다.
다섯째, 주거의
가시고기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둥지를 만드는 일을 수컷이 담당하는 가시고기와 같이 남성 중심의 주거 디자인, 인테리어가 떠오를 전망이다.
베이비부머 세대 은퇴가 시작되면서 남자들이 주거 공간 내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짐에 따라 남성을 배려하는 공간이 확대돼 남성용 파우더룸, 남성 중심의 취미생활인 DIY 작업 공간, AV 공간, 남성 키높이 싱크대 등이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덩달아 유니섹슈얼, 양성평등 주거 공간이 확대될 전망이다.
여섯째, 아파트 가드닝(Gardning)이 확산될 전망이다. 아파트 내 작은 나무나 화초를 심고 소(小) 정원을 가꾸는 '그린 소비'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다는 의미다.
신재생에너지 등의 친환경 설비가 보편화되고 유기농 안전 먹거리 수요가 많아져 아파트에서 직접 재배하고 소비하는 현상이 일반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파트 내 태양광, 풍력발전 설비가 일반화돼 공용 조명시설로 대체될 전망이다.
일곱째, '주거 공간 노매드(Nomad·유목민)족'이 출현할 수 있다. 내가 머무르는 곳이 곧 집이 된다는 뜻이다. 디지털 첨단기술을 이용해 자유로이 이동하며 일을 하는 사람들인 디지털 노매드족에 이어 선호에 따라 주거 공간을 옮겨가는 주거 공간 노매드족이 출현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심과 전원생활을 함께 즐기는 '멀티 해비테이션'이 도심과 전원을 오가는 수준을 넘어 도시와 도시 간, 해외 유명 관광지로 진화, 발전될 수 있다. 도로 교통망 발전과 수변 공간 개발 등으로 이동식 캠핑카, 요트, 플로팅하우스(수상가옥)도 보편화될 전망이다.
미래에 나타날 만한 주거 트렌드 10선➊ 주거공간의 타임셰어 시대 - 시간 단위로 공동 사용 ➋ 신캥거루족 등장 - 경제적으로 독립했지만 주거공간이 없어 부모와 동거 ➌ 다국적 주거공간 확대 - 외국인 특화거리 확산 ➍ 집이 케어센터로 변신 - 단순히 쉬는 곳에서 몸, 마음 돌보는 곳으로 변화 ➎ 주거의 가시고기 현상 등장 - 베이비부머 세대 은퇴로 남성용 주거공간 확대 ➏ 아파트 가드닝 확산 - 아파트 내 조그마한 정원을 가꾸는 그린 소비 트렌드 ➐ 주거공간 노매드(유목민)족 출현 - 캠핑카, 요트 등 머무르는 곳이 곧 집 ➑ 전통적인 주거공간 붕괴 - 동호인, 애완동물, 로봇도 가족 ➒ 주택관리 버틀러 서비스 인기 - 전구 교체, 청소, 아침식사 배달 서비스까지 제공 ➓ 주택 안전 수요 증가 - 내진 설계, 재난 대피시설 있는 주택 등장
캠핑카·요트도 집 '주거공간 노매드족'여덟째, 전통적인 가족 단위의 주거 공간이 깨질 수 있다. 혈연 경계를 넘어 동호인, 애완동물, 로봇까지 새로운 가족, 커뮤니티가 형성될 수 있다는 의미다. 부모 세대 의식이 바뀌면서 부모와 자녀 간 근접 거주 형태는 약화되고 자녀 양육, 취미 동호회, 직장 동료, 애완동물 등이 중심이 되는 새로운 주거 공동체가 등장할 전망이다. 취미와 여가를 함께할 수 있는 동호인 아파트, 애완동물 전용 공간이 마련된 애완동물 애호가 아파트 등이 보편화될 수 있다.
아홉째, 다양한 주택 관리 서비스가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고급 주상복합이나 레지던스를 중심으로 제공됐던 고급 호텔형 서비스가 일반 주택까지 확장될 것이란 의미다. 주거 공간에 취미, 레저, 육아, 교육, 문화에 대한 공동 수요를 충족시키는 서비스, 소프트웨어가 제공될 수 있다. 한 예로 '주택관리 버틀러 서비스'가 활성화될 전망이다. 화장실이나 거실의 전구를 갈아주는 사소한 일에서부터 대리 주차, 청소, 택배와 세탁물 보관, 아침 식사 배달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걸 말한다. 임대료 협의, 세입자와 시설물 체크, 시설물 보수, 중개업자와 수수료 협상 등 주택 관리에 필요한 업무를 저렴한 비용으로 서비스받기도 한다. 이른바 '컨시어지 서비스'와 비슷한 개념이다.
열째, 주택 안전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상 이변, 자연재해 증가로 주택 안전시설 수요가 증가할 전망이다. 내진 시설은 기본이고 쓰나미·산사태 방지 시설과 폭우·폭염·방사능 등 재해·재난 대비가 돼 있는 주택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극단적으로 재난 대피 시설을 갖춘 주택도 등장할 수 있다.
김경민 기자 kmkim@mk.co.kr ,김희정 피데스개발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