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자재업계는 유독 오너체제로 이뤄진 기업들이 많다. 창업주의 2, 3세들은 대를 이어 가업을 물려받으며 기업을 꾸려나간다. 타 산업에 비해 유독 ‘장인정신’이 중요시되는 분야인 데다 오랜 세월 힘들게 쌓아온 노하우를 핏줄에게 전수해주겠다는 창업주의 의지가 크게 작용한 까닭이다.
이같은 기업구조는 신사업을 론칭하거나 특정 사업 부문 강화를 결정하는 데 유리하다. 특히 오너가 애착을 갖고 있는 사업이라면 대규모 투자와 지원이 뒤따라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그 애착은 창업 당시 갖고 있던 초심에 기반한 것일수도, 최근 산업동향에 비춰 사업성이 높은 분야라는 판단에 근거한 것일 수도 있다.
최근 자재업계에 오너가 애착을 갖고 추진하는 사업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이들 사업이 오너의 전폭적인 지지를 업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구업계 1위 한샘의 창업주이자 업계 원로인 조창걸 명예회장이 특히 애착을 갖고 있는 사업부문은 ‘키친바흐’다. 키친바흐는 한샘의 최고가 주방가구라인으로 △환경성 △위생성 △안전성 △기능성의 차별화를 컨셉으로 2년여의 기획과 준비 끝에 지난 2008년 초 공식 론칭한 제품이다.
최고가라인인 만큼 키친바흐의 가격대는 만만치 않다. 어떻게 설계를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3000만원에서 최고 1억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계약성사는 많아야 한 달에 2~3건 정도 이뤄진다. 그 돈이면 ‘수입가구를 사겠다’는 게 대부분 소비자들의 심리이기 때문이다.
별다른 인상을 남기지 못하던 키친바흐가 론칭 3년째를 맞는 2011년 대대적인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연내 전국적으로 키친바흐 전문매장을 30개까지 확대하고 매달 300세트 판매, 3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내세웠다. 이를 위해 한샘은 이달 초 대구광역시 수성구와 달서구에 330㎡(100평)이상 규모의 부엌가구 전시장인 ‘한샘키친바흐’를 각각 오픈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경기가 꽁꽁 얼어붙었던 최근 2~3년 사이엔 한샘이 IK, 온라인 등 저가시장을 우선적으로 키우는 데 주력했으나 최근 소비심리가 살아나 고가부엌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창업주의 의지를 경영계획에 적극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샘 키친바흐 대구달서점 오픈식>
국내 1위 목질자재기업인 동화홀딩스 승명호 회장이 애착을 갖고 추진하는 사업은 목조건축이다. 이를 위해 동화홀딩스는 일본 최대 건축ㆍ목재회사인 스미토모임업과 합작해 동화SFC하우징을 지난 2006년 설립했다. 지분율은 각각 50%로 동화SFC하우징은 스미토모입업의 목조주택 건축 노하우를 전수받아, 국내 고급 목조주택 시장 겨냥을 목표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스미토모임업과의 협업은 양사 오너간 친분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신사업 발굴을 놓고 고심하는 승 회장에게 스미토모측에서 목조건축을 추천해주고 노하우를 전수해주겠노라고 제안한 것이다. 일본 국토의 1000분의 1에 해당하는 삼림을 보유한 스미토모임업은 목조주문주택 분야 일본 내 최대 기업이다.
그러나 리먼 사태 등 국제 금융위기와 건설시장 침체로 그간 동화SFC하우징의 사업은 순탄치 못했다. 동화SFC하우징은 법인 설립 이듬해인 2007년 7억8400만원의 순이익을 냈을 뿐 그 이후로부터 지난해 말까지 10억7312만원, 6억1835만원, 37억6038만원의 순손실을 이어오고 있다.
동화SFC하우징은 올해를 실적 개선을 위한 터닝포인트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도심 속 전원생활을 꿈꾸는 고객들의 니즈가 높아지고, 최근 일본 동북부에서 일어난 지진으로 목조주택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호재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동화SFC하우징은 최근 경기 성남 판교신도시 동판교 단독주택 단지(15블록)에 주문형 단독주택인 ‘네이처 하우스’ 3차 모델하우스를 오픈하며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동화SFC하우징 관계자는 “고객들의 예산 수준과 생활 패턴을 만족시키는 맞춤형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고급형 주문 주택뿐만 아니라 실속형 주택까지 다양한 형태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동화SFC하우징의 '네이처하우스' 3차 모델하우스>
신아름기자 pouvoir@
